컨디션 난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어제 일찍 자려고 노력했음에도 잠이 오질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그 원인을 생각해보니 디카페인 콜라가 아닌 그냥 콜라를 마셨기 때문이었던것 같다. 그것도 그렇지만, 어제 밤에 잠이 들려고 가물가물하는 와중에 한 1-2초인가, 짦은 꿈 혹은 영상같은 것이 스쳐지나갔다. 그것은 너무나 생생하고 또 갑작스러웠던 탓이 그 이후로 바로 잠이 깨어버린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그 장면이 나타나기 전에 꾸고 있었던 일련의 꿈의 시퀀스와는 아무 관계도 없었던 것이었다. 그건 바로 작년에 갑작스레 돌아가신 한 교수님. 이태리계 유대인으로 2차세계대전 즈음에 미국으로 건너온 후에 베르디의 권위자로 자리매김하시고 죽는 그날까지 아마도 토스카니니와 베르디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셨을 그 분. 오페라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주신 그 분.
한때는 총명하기 그지없는 눈빛과 해박한 지식, 그리고 뛰어난 피아노 실력까지 겸비한 학자였던 그 분의 마지막 1년.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베르디 클래스. 거기에 바로 내가 있었다. 그래서 그 분이 더 이상 학교에서 가르칠 수 없게 되셨고, 이 세상에도 계시지 않는 다는 소식을 접했을때 슬픔과 동시에 내가 참으로 행운아였다는 것을 느꼈었다.
무슨 연유에서인가, 그분이 돌아가시기 약 한달전, 더 이상 수업을 듣지 않음에도 왠지 교수님을 만나뵈어야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카루소, 토스카니니의 실황이 담긴 LP를 선물로 들고, 그분의 조그마한 연구실에서 가졌던 몇분간의 짧은 만남. 그리고 이별. 그 후에 내가 복원작업을 조금이나마 도왔던 이태리어 연구서적이 출간된다는 뉴욕타임즈의 기사를 보고서 나는 그것이 교수님의 마지막 인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나보다.
어제밤의 그 장면 혹은 환시에서,
교수님은 검정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으시고, 마치 한 10년은 젊어지신 것 같은, 노인이나 그러나 기운차고 깨끗한 모습으로 내 앞으로 다가와 나를 슥 쳐다보시는 것이었다. 그 표정은, 마치 한창때의 그분의 예리한 그 눈빛이 담긴 것이었다. 그리고 교수님뒤에 20-30대 사이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비슷한 검은 양복을 입고 동행하고 있었다. 그 사람의 얼굴은 보지 못하였지만, 직감적으로 그는 교수님의 동행인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아마도 교수님을 이제 세상에서 영원히 떠나게 하는 것을 인도할, 바로 그런 존재라고 생각...하는 순간에 잠이 깨버렸다.
그냥 단순히 개꿈, 낭만적인 헛소리라고 나는 치부하고 싶지 않다.
마치 친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마도 49재 되는 날에 꿈에서 보여주시고 갔듯이,
교수님도 그분이 인생의 나머지를 보낸 학교, 그분의 작은 연구실, 그리고 아직도 남아있는 제자들을
보러 오신것이라 믿는다.
무섭기보다는 놀라왔고, 그리고 반가왔다.
가장 기쁜것은 교수님이 이젠 예전같이 절뚝이시지도 않고, 눈이 어둡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분은 이제 지상에서의 삶을 마감하고, 그의 영혼이 새로운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다.
그 모습이 힘있고 확신에 차 보였다는 것이 계속 마음속에 남는다.
Dear Dr.Weiss,
I'll remember you forever. Thank you for everything you gave to me.
Rest in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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